뉴발란스 매장 앞을 지나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그레이 스니커즈.
예전엔 솔직히 ‘아저씨 신발’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이 신발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제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고프코어(Gorpcore) 트렌드가 퍼지면서 뉴발란스의 회색 스니커즈는 이제 패션의 기본템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992를 살까, 2002R을 살까?”
이 고민을 저도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신어서 유명해진 992는 뉴발란스의 정점이라 불리고 2002R은 합리적인 가격에 비슷한 감성을 준다고 하는데요.
과연 2002R이 992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뉴발란스 992와 2002R의 비교를 통해 두 모델의 차이를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뉴발란스 992와 2002R의 착화감은 어떻게 다른지 뉴발란스 2002R 사이즈는 어떤걸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실적인 가격 차이까지 직접 신어본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992와 2002R, 어떤 신발인가요?
본격적인 비교에 앞서 두 모델의 정체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뉴발란스 992 그레이는 2006년 브랜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모델입니다. 미국 공장에서 숙련된 장인들이 직접 만드는 ‘Made in USA’ 라인의 대표주자인 것이죠.
프리미엄 피그스킨 스웨이드와 ABZORB SBS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서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소장 가치를 인정받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뉴발란스 2002R 그레이는 2010년에 나왔던 하이엔드 러닝화 MR2002의 디자인을 가져와서 2020년에 새롭게 재탄생한 신발입니다.
미드솔은 860v2의 퍼포먼스 유닛으로 교체되었고 아시아 생산을 통해 가격 부담을 확 낮췄습니다. 쉽게 말해 ‘가성비’와 ‘접근성’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이 두 모델의 대결은 장인정신과 효율성, 묵직한 안정감과 경쾌한 반응성 사이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드솔 쿠셔닝: 단단함 vs 탄성, 체감 차이가 큽니다
신발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저는 쿠셔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예뻐도 발이 아프면 신지 않게 되니까요.
1. 992의 ABZORB SBS: 발을 받쳐주는 견고함
992를 처음 신었을 때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든든하다’였습니다. 발바닥 전체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이랄까요.
ABZORB SBS(Styrene Butadiene Styrene)라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데 기존 ABZORB 폼보다 내구성과 압축 저항성이 훨씬 뛰어난 소재입니다.
미드솔이 두껍고 밀도가 높아서 착지할 때 발이 푹 꺼지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발이 솔 위에 안정적으로 얹혀 있는 감각이 들어요.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992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발력은 부족한 편이라 걸을 때 추진력을 얻기보다는 안정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2. 2002R의 N-ergy & ABZORB 하이브리드: 통통 튀는 탄성
2002R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신자마자 “아, 이거 편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860v2 러닝화에서 가져온 솔 유닛에는 ABZORB 폼과 N-ergy 젤 기술이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힐 부분에 있는 N-ergy 소재는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충격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탄성 있는 반발력을 줍니다. 착지 후 다음 발을 내딛을 때 통통 튀는 느낌이 확실히 있습니다.
992보다 훨씬 유연하고 비틀림 테스트를 해봐도 쉽게 구부러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아서 활동적인 하루를 보내기에 좋습니다.
아치 부분에는 TPU 소재의 ‘스테빌리티 웹(Stability Web)’이 있어서 유연하면서도 과도하게 뒤틀리는 건 막아주는 것이죠.
무게 비교: 하루 종일 신으면 체감되는 200g의 차이
신발 무게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하루 1만 보 이상 걷는 날에는 이 차이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 모델 | 모델번호 | 무게(US 12 기준) | 특징 |
|---|---|---|---|
| 뉴발란스 992 그레이 | M992GR | 약 576g(1.27 lbs) | 묵직한 안정감, 장시간 보행 시 피로도 높음 |
| 뉴발란스 2002R 그레이 | ML2002RC | 약 371g(0.82 lbs) | 경쾌함, 장시간 활동에 유리 |
992는 거의 등산화에 육박하는 무게입니다. ‘묵직한 안정감’이라고 좋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리 근력이 약하신 분들에게는 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2002R은 992보다 약 35% 정도 가볍습니다. 200g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발을 들어 올릴 때마다 누적되는 에너지 소모량은 상당하거든요.
출퇴근이나 쇼핑, 여행처럼 오래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2002R이 압도적으로 편합니다.
갑피 소재와 통기성: 여름에 신을 거라면 꼭 체크하세요
1. 992: 프리미엄 소재의 대가
992의 갑피는 피그스킨 스웨이드와 메쉬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메쉬가 밀도 높고 두꺼운 데다 스웨이드 오버레이가 갑피 상당 부분을 덮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구성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통기성은 솔직히 좋지 않습니다. 여름철에 신으면 발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걸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2. 2002R: 가볍고 시원한 메쉬
2002R은 얇고 가벼운 합성 가죽(또는 스웨이드)과 개방형 메쉬를 사용합니다.
빛에 비춰보면 내부가 비칠 정도로 통기성이 좋아요. 땀 배출이 원활해서 쾌적한 착화 환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얇은 메쉬는 내구성 측면에서 취약점이 있는데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가격 비교: 리셀가까지 따져보면 답이 나옵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제품 가격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992와 2002R은 정가와 리셀가의 괴리가 상당히 큰 모델들이거든요.
1. 발매 가격 비교
| 모델 | 모델번호 | 공식 발매가 | 생산지 |
|---|---|---|---|
| 뉴발란스 992 그레이 | M992GR | 259,000원 | Made in USA |
| 뉴발란스 2002R 그레이 | ML2002RC | 179,000원 | Made in Asia |
992의 높은 가격에는 미국 내 인건비와 프리미엄 자재 비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992는 컬러웨이에 따라 발매가가 다른데 2025년에 출시된 신규 컬러들(네이비, 머쉬룸 등)은 309,000 ~ 329,000원대로 더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2002R은 아시아 생산 기지를 활용해 원가를 낮춘 결과 992 그레이 대비 약 8만 원 정도 저렴하게 나왔습니다.
2. KREAM 리셀 시장 현황
하지만 실질적인 구매가는 리셀 플랫폼 데이터를 봐야 정확합니다.
992 그레이(M992GR)는 사이즈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48만 원 내외에서 거래됩니다.
발매가 259,000원 대비 거의 2배에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것이죠. 신발 한 켤레에 50만 원 가까이 지출하는 건 솔직히 ‘가심비’를 넘어서 ‘사치재’ 영역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2002R 그레이(ML2002RC)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발매가 179,000원인데 현재 KREAM에서는 오히려 정가 이하인 12만 원 ~ 15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어요. 인기 있는 ‘프로텍션 팩(Protection Pack)’ 시리즈조차 20만 원 초반대에 구매 가능합니다.
금액적으로 따져보면 992 그레이 한 켤레 살 예산으로 2002R을 색상별로 3켤레 이상을 살 수 있는 셈입니다.
3. 2002R은 992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인데요. 제 결론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렇다”입니다.
2002R 그레이는 992 특유의 웜톤이 감도는 그레이 컬러를 꽤 잘 재현했습니다. 일반적인 거리에서 보면 두 모델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992가 주는 클래식한 무드를 2002R로도 90% 이상 연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50만 원짜리 992를 신고 비 오는 날 외출하거나 붐비는 지하철을 탈 때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생각해보세요.
반면 10만 원대의 2002R은 ‘전투화’로서 마음 편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인 안정감’도 2002R이 가진 강력한 장점 중 하나입니다.
사이즈 선택 가이드: 2002R은 반업이 필수입니다
온라인 구매가 대세인 요즘, 사이즈 선택의 실패는 정말 치명적입니다. 특히 2002R은 992와 전혀 다른 라스트(Last, 신발 틀)를 사용하기 때문에 992 사이즈를 그대로 적용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1. 2002R은 왜 작게 느껴질까?

수많은 후기들이 한결같이 말합니다. “2002R은 작고, 좁고, 짧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 두꺼운 내부 패딩: 힐컵과 설포 안쪽에 메모리폼 같은 두툼한 패딩이 들어가 있어서 물리적인 내부 공간을 잡아먹습니다.
- 테이퍼드 토박스: 992가 발가락 공간이 둥글고 넓은 U자형인 반면, 2002R은 앞코로 갈수록 급격히 좁아지는 날렵한 형태입니다.
- PL-1 라스트: 퍼포먼스 러닝용으로 설계된 라스트라 발을 단단히 잡아주는 핏을 지향합니다. 여유로운 SL-1 라스트를 쓰는 992보다 타이트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2. 발볼 타입별 사이즈 추천표
한국인의 발은 서양인에 비해 발볼이 넓고 발등이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반영한 가이드를 정리해봤습니다.
| 발볼 타입 | 특징 | 추천 사이즈 | 착화 팁 |
|---|---|---|---|
| 칼발(Narrow) | 발볼이 좁고 살이 없음 | 정사이즈 | 길이는 맞으나 앞쪽이 남을 수 있음. 두꺼운 양말로 조절 권장 |
| 보통 발볼(Standard) | 대부분의 한국 남성 | 반업(+5mm) | 정사이즈 시 새끼발가락 압박 가능. 반업이 가장 이상적 |
| 약간 넓은 발볼(Wide) | 발볼 뼈가 도드라짐 | 반업 ~ 일업(+5 ~ 10mm) | 발등까지 높다면 일업 추천 |
| 왕발볼(Extra Wide) | 평발이거나 매우 넓음 | 일업(+10mm) 필수 | 심하면 15mm까지 올려야 할 수도 있음 |
3. 다른 신발과 비교했을 때 사이즈는?
이미 가지고 계신 신발과 비교하면 더 쉽게 판단하실 수 있을 겁니다.
- vs 뉴발란스 992: 992는 사이즈가 정치수 또는 조금 크게 나옵니다. 992 270mm를 신으신다면 2002R은 275mm 이상을 선택하세요. 동일 사이즈로 가면 100% 작습니다.
- vs 뉴발란스 530: 530이 편하다면 2002R은 반업해야 비슷한 여유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 vs 나이키 에어 포스 1: 에어 포스 1 사이즈에서 +5mm(반업)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 vs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V2: 이지부스트 350 V2와 동일 사이즈로 가시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4. 힐 슬립 현상 해결법
다만 사이즈를 올리면 뒤꿈치가 들썩이는 힐 슬립(Heel Slip)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발목이 얇은 분들에게 특히 잘 나타나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 러너스 루프: 신발 끈구멍 최상단의 보조 구멍을 활용해 ‘러너스 루프’ 매듭을 묶으면 발목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습니다.
- 논슬립 패드: 다이소에서 파는 실리콘 뒤꿈치 패드를 힐컵 안쪽에 부착하면 공간도 채워지고 마찰력도 높아집니다.
내구성 이슈: 2002R의 메쉬 파손 문제
합리적인 가격대의 2002R이지만 내구성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장기 사용 후기들을 살펴보면 6개월에서 1년 이상 신었을 때 발가락이 접히는 부분의 메쉬가 찢어지는 사례가 꽤 보입니다.
경량화와 통기성을 위해 얇고 성긴 메쉬를 사용한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발볼이 넓은 분이 작은 사이즈를 억지로 신어 메쉬가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라면 파손이 더 빨리 진행됩니다.
다행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 사이즈를 넉넉하게 선택해서 메쉬에 가해지는 장력을 줄이세요.
- 발톱을 짧게 관리하세요. 긴 발톱이 메쉬 안쪽을 긁으면 손상이 빨라집니다.
-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완충 작용을 해서 직접적인 마찰을 줄여줍니다.
미드솔의 N-ergy 젤과 ABZORB 폼은 시간이 지나면 탄성을 잃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도시 환경에서 걷는 용도로는 2 ~ 3년 이상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타일링 팁: 와이드 팬츠와의 궁합
2002R은 현재 한국 패션의 주류인 ‘와이드 핏’ 트렌드와 찰떡궁합입니다.

992는 부피가 커서 와이드 슬랙스나 데님을 입었을 때 바지 밑단이 신발에 걸려 주름이 지거나 핏이 망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2002R은 발등이 상대적으로 낮고 날렵해서 와이드 팬츠가 자연스럽게 신발을 덮으며 흐르는 실루엣을 연출하기 좋습니다.
투박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 덕분에 기능성 의류와 매치하는 고프코어 룩은 물론이고 포멀한 코트나 재킷에 믹스매치해서 위트 있는 스타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래는 함께 읽어보면 좋을 포스팅입니다.

마치며: 누구에게 2002R을 추천하나요?
뉴발란스 992와 2002R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께 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992가 ‘박물관에 전시될 만한 명작’이라면 2002R은 ‘매일 함께할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두 신발의 착화감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2002R이 더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신발 한 켤레에 50만 원 가까이 쓰는 게 부담스럽거나 하루 종일 걸어야 할 일이 많거나 신발을 ‘모시는’ 게 아니라 ‘신고 즐기고’ 싶다면 2002R을 선택하세요. 지갑을 지키면서도 스타일과 편안함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뉴발란스 2002R의 사이즈는 반드시 반업 이상으로 선택하세요. 그래야만 2002R의 진정한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