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거리를 걷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불과 2 ~ 3년 전만 해도 나이키 덩크와 조던이 발밑을 점령했는데 요즘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누군가는 발레리나 슈즈처럼 얇고 날렵한 푸마 스피드캣을 신고 있고 바로 옆 사람은 등산화처럼 투박한 살로몬 XT-6를 신고 걷습니다. 같은 거리 같은 세대인데 신발 취향은 정반대인 셈이죠.
이것이 바로 올해의 운동화 트렌드의 핵심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하나의 거대한 유행이 모두를 휩쓸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지금은 슬림 앤 로우 실루엣이 발레코어 트렌드를 타고 급부상하는 동시에 투박한 테크니컬 러너가 고프코어를 이끌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극과 극이 공존하는 운동화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오늘은 무신사 랭킹부터 크림(KREAM) 거래 데이터, 구글 트렌드까지 종합해서 2025년의 운동화 트렌드를 낱낱이 파헤쳐 보려 합니다. MZ세대는 운동화를 고를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 지금 거리를 장악한 브랜드와 모델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2025 운동화 트렌드 분석
2025년 운동화 시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극단성’입니다. 어중간한 디자인은 외면받고 아주 얇거나 아주 기능적인 신발만 살아남는 구조가 됐습니다.
슬림 앤 로우의 부상과 테라스 컬처
2024년을 기점으로 청키(Chunky) 트렌드에 대한 피로감이 본격화됐습니다.
발렌시아가 트리플 S가 쏘아 올린 어글리 슈즈 시대가 저물고 그 반작용으로 굽이 거의 없고 발등이 낮은 날렵한 스니커즈가 주류로 떠올랐습니다.
1. 블록코어에서 시작된 레트로 열풍
시발점은 블록코어(Blokecore) 트렌드였습니다.
축구 유니폼을 일상복과 매치하는 스타일이 퍼지면서 영국 축구 관중석 문화와 연관된 아디다스 삼바(Samba), 가젤(Gazelle), 스페지알(Spezial) 라인이 폭발적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얇은 검 솔(Gum sole)과 스웨이드 소재, T-토 디자인을 공유하는 이 모델들이 클래식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것이죠.
2. 발레코어와 레이싱 헤리티지의 만남
2025년으로 넘어오면서 슬림 트렌드는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발레코어 룩이 유행하면서 운동화도 발레 플랫슈즈처럼 가볍고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각광받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서 푸마 스피드캣(Speedcat)이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원래 F1 레이서용 방염 신발로 태어난 스피드캣은 둥근 뒤꿈치와 발을 감싸는 좁은 쉐입 덕분에 ‘발레리나 스니커즈’라는 완전히 새로운 맥락으로 재해석됐습니다.
운동화가 기능성을 넘어 페미닌한 무드를 연출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한 셈입니다.
3. 복싱 부츠: 2025년의 아방가르드
슬림 트렌드의 최전선에는 복싱 부츠가 있습니다.
샤넬, 디올, 로에베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2025 S/S 컬렉션에서 무릎까지 올라오는 레이스업 부츠를 선보였고 국내에서는 블랙핑크 제니가 착용하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폭발했습니다.
아디다스 재팬 VH 같은 모델은 스니커즈의 얇은 밑창은 유지하면서 부츠의 기장감을 결합했는데요. 미니스커트나 숏팬츠와 매치하면 다리가 훨씬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존 하이탑 농구화와는 결이 다른, 피부에 밀착되는 얇은 실루엣이 특징이죠. 힙함을 추구하는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테크니컬 러너의 진화: 고프코어의 일상화
슬림 트렌드와 정반대 지점에 테크니컬 러너가 있습니다.
투박한 갑피와 두툼한 쿠셔닝이 특징인 이 카테고리는 고프코어 룩이 한국 패션의 상수로 자리 잡으면서 꾸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1. 등산화에서 출근화로: 살로몬과 아식스
한때 ‘아재 신발’이나 ‘등산화’로 취급받던 브랜드들이 힙스터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살로몬 XT-6는 이제 트레일 러닝용이 아닙니다. 서울 도심에서 와이드 슬랙스나 데님과 매치하는 ‘도시 남자의 유니폼’이 된 것이죠.

아식스 젤 카야노 14는 2000년대 초반 러닝화의 미학을 완벽하게 재현하면서 레트로 감성과 착화감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메탈릭 실버 컬러웨이는 Y2K 패션과 맞물려 ‘퓨처리스틱 빈티지’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구축하기도 했고요.
2. 뉴발란스의 긱 시크
뉴발란스는 530, 1906R, 2002R 시리즈로 ‘아빠 신발’을 ‘긱 시크(Geek Chic)’로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편안함이 최우선이되 복잡한 레이어드 디자인으로 룩에 밀도감을 주는 역할을 하죠.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듯하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꾸안꾸’ 트렌드의 핵심 아이템입니다.
2. 핵심 구매 기준: MZ세대는 무엇을 보는가?
브랜드 로고만 보고 결제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요즘 MZ세대는 데이터로 검증하고, 자기 체형과 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한 켤레’를 찾아내는 스마트 컨슈머가 됐습니다.
드무어 감성과 소재의 변화
2024년 하반기부터 강력하게 밀려온 트렌드 키워드가 드뮤어(Demure)입니다.
‘얌전한’, ‘조용한’이라는 뜻인데 패션에서는 차분하고 절제된 우아함을 의미합니다. 이 흐름이 운동화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컬러 변화
쨍한 네온이나 화이트 일색에서 벗어나 브라운, 모카, 베이지, 버건디 같은 가을빛 컬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소재 선호
매끈한 가죽보다 질감이 살아있는 스웨이드 선호도가 확 올라갔습니다.
아디다스 토바코(Tobacco)나 푸마 스피드캣 브라운은 출시하자마자 품절되면서 ‘가을 운동화 = 브라운 스웨이드’라는 공식이 생겨났습니다.
사이징과 착화감: 발볼 전쟁
한국 소비자들은 ‘발볼’에 유독 민감합니다.
서구권 브랜드 신발이 좁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모델별 사이즈 팁이 필수 정보로 공유됩니다.
요즘 MZ세대는 디자인이 예뻐도 발에 안 맞으면 가차 없이 반품하거나 리셀 플랫폼에 올려버립니다.
| 모델명 | 핏 특성 | 권장 사이즈 팁 | 상세 설명 |
|---|---|---|---|
| 푸마 스피드캣 | 극도로 좁음(레이싱화 기반) | +5mm ~ +10mm(반업 ~ 일업) | 앞코가 낮고 볼이 좁아 정사이즈는 발가락 통증 유발. 발볼 넓으면 10mm 업 고려 |
| 아디다스 삼바 | 좁고 긴 쉐입 | +5mm(반업) | 가죽이 단단해서 늘어나는 데 시간 걸림. 반업이 '국룰' |
| 아디다스 가젤 | 비교적 여유로움 | 정사이즈(TTS) | 스웨이드라 유연하고 삼바보다 발볼이 넓게 설계됨 |
| 살로몬 XT-6 | 기능성 타이트 핏 | +5mm ~ +10mm(반업 ~ 일업) | 트레일 러닝용이라 발을 꽉 잡음. 일상용이면 사이즈 업 필수 |
| 아식스 젤 카야노 14 | 아시안 핏 최적화 | 정사이즈(TTS) | 동양인 발형에 가장 잘 맞음. 발볼 넓어도 정사이즈가 편한 경우 많음 |
| 뉴발란스 530 | 넉넉함 | 정사이즈 또는 -5mm(반다운) | 메쉬 소재라 신축성 좋고 내부 공간 넓음 |
플랫폼 신뢰도: 무신사와 크림의 영향력
MZ세대 구매 경로에서 무신사와 크림은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무신사 랭킹
실시간 랭킹이 곧 대중적 유행의 지표입니다. “무신사 1위 신발”이라는 타이틀은 구매 실패 확률을 낮춰주는 일종의 보증수표 역할을 합니다.
크림 시세 확인
크림은 이제 한정판 거래소가 아닙니다.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 전에 크림에 들어가서 시세를 확인합니다. 정가보다 조금이라도 높게 거래되면 ‘지금 뜨는 신발’이라는 신호가 되고 정가 이하면 유행이 지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잘못된 신발 이론
스타일링 측면에서 MZ세대는 ‘부조화 속의 조화’를 즐깁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앨리슨 본스타인이 제창한 ‘잘못된 신발 이론(Wrong Shoe Theory)’이 2025년 한국 스트릿 패션의 핵심 원리가 됐습니다.
전체 룩의 무드와 정반대되는 신발을 신어서 스타일적 긴장감을 만드는 건데요.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투박한 살로몬 등산화를 신거나 헐렁한 힙합 바지에 얇은 푸마 스피드캣을 매치하는 식입니다.
이런 믹스매치 감각이 ‘패션 좀 아는 사람’의 척도가 됐습니다.
3. 브랜드 및 모델별 심층 분석
구글 트렌드와 무신사, 크림 데이터를 종합하면 2025년 시장의 브랜드 역학 구도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뉴발란스: 흔들리지 않는 국룰
한국 시장에서 뉴발란스는 ‘가장 실패 없는 선택’으로 통합니다.
530 모델은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신발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죠.
인기 모델
- 530: 가성비, 통기성, 스타일링 범용성 모든 면에서 압도적. 스틸 그레이와 화이트가 스테디셀러
- 1906R: 2024년 하반기부터 아식스 대항마로 급부상. 2000년대 러닝화 복각에 N-ergy 쿠셔닝을 더해 디자인과 편안함을 모두 잡음. 자운드(JJJJound) 협업이 가치를 끌어올림
- 1906L(로퍼): 2025년 주목할 실험작. 스니커즈 밑창에 로퍼 갑피를 결합한 하이브리드로 포멀과 캐주얼 경계를 허무는 중
아식스: 가장 가파른 성장세
스탁엑스와 크림 리포트에 따르면 아식스는 거래량 기준 전년 대비 60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나이키의 피로감과 ‘편한 신발’ 니즈가 맞물린 결과인데요. 키코 코스타디노브(Kiko Kostadinov) 큐레이션 라인 같은 고감도 협업이 브랜드 이미지를 ‘아저씨 신발’에서 ‘디자이너 슈즈’로 확 바꿔놓았습니다.
젤 카야노 14가 ‘실버 러너’ 트렌드의 끝판왕으로 자리 잡았고 크림/블랙 컬러웨이는 정가 대비 높은 리셀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GT-2160은 카야노의 보급형 대안으로 인기를 얻는 중이고요.
아디다스: 아카이브의 제왕
아디다스는 70 ~ 80년대 아카이브를 활용해 트렌드를 주도합니다.
삼바가 너무 흔해지자 가젤, 스페지알, 베르만, 토바코 등으로 수요를 분산시키며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2025년 주력은 SL72입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용으로 만들어진 초경량 러닝화인데 얇은 미드솔과 나일론 소재가 주는 빈티지한 맛이 일품입니다.
밥 말리가 사랑했던 신발이라는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져 힙스터들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푸마: 스피드캣 하나로 판세 역전
푸마는 수년간 존재감이 희미했는데 스피드캣 부활로 단숨에 트렌드 중심에 섰습니다. 오픈런과 품절 대란의 주역이죠.
리스크는 스피드캣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다만 2025년까지는 발레코어와 레이싱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인기가 유지될 전망입니다.
팔레르모(Palermo) 라인으로 테라스 수요까지 흡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살로몬 & 온러닝: 기능주의의 승리
살로몬은 고프코어의 아이콘입니다. XT-6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가 됐습니다. 블랙은 기본템, 화려한 컬러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구조입니다.
온러닝은 3040 세대, 특히 여성층에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클라우드텍(CloudTec) 기술과 독특한 밑창 디자인이 프리미엄 워킹화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크림 내 거래액이 454% 증가할 정도로 잠재력이 큽니다.
4. 스타일링 가이드: MZ세대는 어떻게 신는가?
인기 모델을 실제로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MZ세대 패션의 핵심입니다. 2025년 거리를 지배하는 3가지 스타일링 공식을 정리했습니다.
여성: 긱 시크와 발레코어의 변주

핵심 아이템
푸마 스피드캣(레드/핑크) 또는 아디다스 가젤 인도어 + 레그 워머 + 미니스커트
스타일링
상의는 몸에 붙는 베이비 티나 오버사이즈 니트, 하의는 마이크로 미니나 플리츠 스커트를 매치합니다. 무릎까지 오는 니삭스나 레그 워머를 신고 얇은 스니커즈로 발끝을 가볍게 마무리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뿔테 안경을 더해 ‘괴짜 같지만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게 2025년식 해석입니다. 더 과감하게 가고 싶다면 스니커즈 대신 아디다스 재팬 VH로 스포티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잡아보세요.
남성: 시티 보이와 고프코어의 결합

핵심 아이템
살로몬 XT-6 또는 아식스 젤 카야노 14 + 와이드 카고 팬츠 + 쉘 파카
스타일링
일본 잡지 뽀빠이(POPEYE)에서 유래한 시티 보이 룩이 고프코어와 만났습니다. 넉넉한 실루엣의 바지에 아크테릭스 같은 기능성 쉘 재킷이나 여유로운 옥스퍼드 셔츠를 매치합니다.
바지 밑단에 스트링이 있다면 조여서 조거처럼 연출하면 신발의 테크니컬한 디테일이 살아납니다. 등산객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모자나 가방은 캐주얼하게 믹스매치하는 게 좋습니다.
젠더리스: 드무어 빈티지
핵심 아이템
아디다스 토바코(브라운) 또는 뉴발란스 2002R(모카) + 생지 데님 + 울 코트
스타일링
남녀 모두에게 통하는 룩입니다. 차분한 브라운 톤 스웨이드 스니커즈에 짙은 셀비지 데님이나 울 슬랙스를 매치하세요. 상의는 로고 없는 깔끔한 니트나 코트로 올드 머니 무드를 연출합니다.
화려함보다는 소재의 고급스러움과 컬러 통일감에 집중하는 게 핵심입니다. 신발이 전체 룩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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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2025년 한국 운동화 시장을 관통하는 흐름은 결국 ‘취향의 세분화’와 ‘실용적 미학’으로 요약됩니다.
MZ세대는 더 이상 남들이 신는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자기 발 모양부터 평소 옷차림, 브랜드가 품은 이야기까지 꼼꼼히 따져본 뒤에야 비로소 구매를 결정하죠.
리셀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 목적이 아닌 실제로 신기 위한 구매가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극단적인 프리미엄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손쉬운 접근성을 갖춘 모델이 오히려 더 잘 팔리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여기에 운동화와 구두의 경계를 허무는 1906L 같은 실험작, 부츠와 스니커즈가 뒤섞인 복싱 부츠 트렌드까지 2025년 하반기를 넘어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나이키가 주춤한 틈을 타 아식스와 뉴발란스, 살로몬, 푸마가 저마다의 영역을 넓히며 춘추전국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제 브랜드들은 한정판 마케팅에 기대기보다 소비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콘텐츠와 ‘발이 편한’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결국 2030 세대에게 운동화란 발을 보호하는 도구 그 이상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매체이자 오늘의 기분과 내일의 지향점을 담아내는 문화적 언어이기도 하죠.
2025년 거리는 그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실루엣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운동화에 관심이 있는 여러분들께 꽤 흥미진진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